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살이 쪄야 당뇨에 걸린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복부에 살이 붙고 바지 치수가 두 단계 올라갔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공복혈당이 경계 수치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날에야 비로소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를 실감했습니다. 비만인 사람만 혈당이 오른다는 건 큰 오해였습니다.
살 안 쪄도 혈당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5년 전 이직을 하면서 좌식 업무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었습니다. 처음엔 원피스가 꽉 끼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복부 쪽에만 살이 몰려 있다는 걸 거울로 확인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장지방이 상당히 쌓여 있었습니다.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복강 내 장기 주변을 감싸는 지방을 말합니다. 이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말라 보여도 복부 내장지방이 많으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당뇨 환자 중 서양인과 달리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인 경우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마른 체형인데도 당화혈색소(HbA1c)가 위험 수준까지 치솟은 사례가 임상에서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 수준을 보여주는 수치로, 5.7% 미만이 정상이고 6.5%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합니다. 마른 당뇨인의 사망률이 비만 당뇨인보다 최대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체형만 보고 안심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식사량을 줄인다고 혈당이 잡히지 않는 이유
공복혈당이 경계 수치라는 말을 들은 뒤, 저는 가장 먼저 밥량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탄수화물이 나쁘다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으니까요. 오후에 밥을 조금만 먹고 아침은 거의 거르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체중은 더디게 빠지고, 오히려 몸이 더 지쳐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력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집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명 유지를 위해 소모되는 최소 열량으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혈당을 처리하는 신체 능력 자체가 약해집니다. 결국 덜 먹어도 혈당은 오히려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른 당뇨인이나 기력이 부족한 당뇨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작정 덜 먹는 것이 아니라, 소화에 부담이 적으면서 흡수율이 높은 질 좋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방향입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체력 이상의 격렬한 운동은 운동 전보다 운동 후 혈당이 더 높아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혈당이 오히려 올랐다는 이야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마른 당뇨의 관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혈당 수치보다 기력과 컨디션 회복을 먼저 챙긴다
- 탄수화물 제한보다 양질의 단백질 보강을 우선으로 한다
- 운동 강도는 현재 체력 범위 안에서 가볍게 걷기부터 시작한다
추어탕과 들깨, 왜 혈당 관리에 좋다고 하는 걸까
솔직히 저는 추어탕이 혈당 관리 음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냥 보양식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양 성분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미꾸라지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 비중이 낮아, 혈당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근육과 췌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줍니다. 특히 푹 끓여낸 탕의 형태로 섭취하면 소화 부담이 줄고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점이 기력이 약한 분들에게 유리합니다. 한국인의 당뇨 발병 특성상 서양처럼 고도 비만보다는 마른 체형이나 정상 체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어탕처럼 소화 부담 없이 고단백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은 실용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들깨를 함께 곁들이면 시너지가 생깁니다. 들깨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의 대표 식품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현상인데, 이 진폭이 클수록 혈관과 장기에 부담이 커집니다. 들깨의 오메가3가 이 진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실제로 오메가3 지방산이 인슐린 감수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영양학회).
잡곡밥이 무조건 좋다는 건 진짜일까
저는 흰쌀밥이 혈당을 높인다는 말을 듣고 현미밥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현미는 맞지 않았습니다. 씹을수록 입이 껄끄럽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억지로 먹다 보니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습니다.
카무트, 귀리, 현미 같은 복합 탄수화물은 분명 곡물 껍질에 영양소와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복합 탄수화물이란 소화가 느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탄수화물로, 정제 탄수화물(흰쌀, 밀가루)과 구분됩니다. 그런데 소화력이 약한 상태에서 이런 거친 곡물을 먹으면, 소화 자체에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오히려 혈당이 오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현미나 잡곡이 무조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소화 부담이 크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배아미(쌀눈쌀)나 5분도미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배아미란 현미에서 쌀겨층은 제거하되 배아(쌀눈) 부분을 살린 쌀로, 일반 백미에 비해 영양 손실이 적으면서도 소화 부담이 현미보다 훨씬 낮습니다. 5분도미는 현미를 절반만 도정한 쌀로, 식감과 소화 부담 면에서 현미와 백미의 중간 지점에 해당합니다. 혈당 관리와 소화력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한다면 이 선택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당뇨병 환자 중 정상 체중 또는 저체중 비율이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이 수치는 비만 중심의 당뇨 관리 상식이 모든 환자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지금 저는 배아미로 밥을 짓고, 식단 조절과 가벼운 산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혈당을 잡기보다는 몸이 너무 지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됐습니다. 혈당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지만, 스트레스 자체가 혈당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걸 알고부터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다만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