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126mg/dL를 넘으면 당뇨로 분류됩니다. 저는 그 바로 아래, 이른바 경계성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단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처음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포도당과 과당, 같은 탄수화물이지만 몸이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밥, 빵, 면, 감자, 고구마를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거의 전부 포도당(Glucose)으로 분해됩니다. 여기서 포도당이란 우리 몸이 에너지원으로 직접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당 성분으로, 특히 뇌는 포도당과 산소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물질이 없으면 생명 유지 자체가 위태로워집니다.
반면 과일에 주로 들어 있는 과당(Fructose)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과일 속 당 성분의 50~70%가 과당이고, 나머지가 포도당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당은 포도당보다 1.5배 정도 달게 느껴지지만,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과당은 사용처가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과당의 상당 부분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밟습니다. 이건 진화적으로 설계된 메커니즘인데, 과거에는 과일을 많이 먹어 지방을 비축해두는 게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메커니즘이 오히려 내장지방 축적과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부분도 여기서 맞닿아 있었습니다. 단 음식을 피한다고 하면서도 식후에 과일을 챙겨 먹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건강한 간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잉 칼로리 상태에서 먹는 과당은 혈당 수치보다 체지방 증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의 실제 의미, AGE와 동맥경화
공복혈당이 126mg/dL를 넘긴다는 건 단순히 숫자 하나가 높아진 게 아닙니다.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당화최종산물(AGE,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AGE란 혈중 포도당이 단백질이나 지질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물질로, 우리 몸 곳곳의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매개체입니다.
이 AGE가 축적되면 혈관 벽에 염증 반응이 반복되고, 그 결과로 동맥경화증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내벽에 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상태인데,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이 진행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장기적으로는 망막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투석,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화혈색소(HbA1c)는 이 흐름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단기 공복혈당보다 혈당 관리 상태를 훨씬 넓게 보여줍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 환자의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당뇨 환자에게 경동맥 초음파 같은 동맥경화 스크리닝이 권장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당뇨 자체가 이미 혈관 손상의 시작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단 조절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칼로리와 인슐린저항성
저는 당뇨 경계성 진단을 받고 나서 꽤 오랫동안 엉뚱한 방향을 헤맸습니다. 여주 분말을 물에 타 먹어보고, 환으로도 바꿔봤지만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혈당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수치가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먹는 것보다 '얼마나 덜 움직였느냐'에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만 다니고, 식후에 바로 앉거나 누워있는 습관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겼기 때문인데, 여기서 인슐린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야 하고, 결국 한계에 달하면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로 이어집니다.
혈당 관리에서 제일 먼저 따져봐야 할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총 칼로리가 과잉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과잉 칼로리 상태에서는 탄수화물이든 지방이든 결국 체지방으로 전환된다.
- 잡곡이나 현미가 백미보다 혈당을 덜 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당뇨 환자라면 잡곡도 양을 줄여야 한다.
- 과일은 혈당 수치 자체는 덜 올리지만, 과당이 지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비만 환자에게는 제한이 필요하다.
- 양념이 많은 불고기나 갈비도 탄수화물 함량이 상당하다. '밥을 안 먹었다'고 안심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병 예방을 위해 하루 신체 활동으로 중강도 유산소 운동 150분 이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제 경우엔 식후 10~15분 걷기부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혈당 조절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경계성 단계일 때 변화를 만들면 약 없이도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시기를 그냥 넘기면 인슐린저항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나중엔 약을 써도 잘 듣지 않는 단계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 시기가 지금, 바로 이 경계선에 서 있는 분들에게 닿았으면 해서입니다. 여주 환을 찾아다니는 시간보다 식후 산책 10분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수치나 당뇨 치료에 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