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대사 질환인 당뇨병은 단순히 오줌에 당분이 검출되는 증상을 넘어 전신의 혈관과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인 고혈당이 장기간 유지되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모세혈관부터 대혈관까지 손상을 입으면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특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당뇨에 취약하며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식습관으로 인해 30대 이상 성인의 16% 이상이 당뇨를 앓고 있어 세계 평균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를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
당뇨병의 발병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슐린의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소장에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 혈당을 세포가 직접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배송과 결제를 담당하는 제3의 존재로서 혈당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남는 것은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이렇게 혈당량이 상시 적절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상적인 대사 과정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세포들이 인슐린의 신호에 둔감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일차적인 요인은 식습관입니다. 흰쌀,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이나 설탕,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은 분해가 엄청나게 쉬워서 혈당을 단시간에 급격하게 상승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췌장도 깜짝 놀라서 이를 진압하기 위해 한꺼번에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됩니다. 가끔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면 세포들이 인슐린에 무뎌집니다. 마치 쇼츠나 자극적인 영상을 자주 보다 보면 도파민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점심에 밥이나 빵을 많이 먹으면 꾸벅 졸게 되는 것도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바람에 외려 일시적인 저혈당을 겪는 현상인데,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며 당뇨로 가는 대표적인 지름길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운동 부족입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이 줄고 근육이 줄어드니 포도당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남는 혈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쌓인 지방이 각종 염증성 호르몬들과 유리 지방산을 분비해 인슐린 신호를 교란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지방간이 되고, 간도 마찬가지로 인슐린에 둔감해져서 점점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간은 포도당을 자꾸 내보내려 하고 췌장은 여기에 대항해서 인슐린을 더 분비하고 다시 각 세포들과 여러 장기들의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췌장의 베타세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치게 되면 이때부터는 인슐린의 분비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췌장 부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쯤 되면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변에 거품이 생기는 현상은 당뇨 초기 신호 중 하나입니다. 신장의 사구체가 혈액 속 높은 당분을 걸러내려다 필터가 손상되면서 단백질이나 포도당이 오줌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증상을 발견했다면 즉시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생활 습관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단순한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극도로 깐깐한 식이 조절과 꾸준한 운동은 기본이고, 경구용 혈당 강화제로 인슐린 분비를 강제로 촉진하거나 심한 경우 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직접 투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인한 전신 손상의 심각성
당뇨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디가 팍 아파지는 게 아니라 몸 전체 구석구석이 천천히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으면 마치 커피에 시럽을 많이 타면 질감이 끈적해지고 치아를 썩게 만드는 것처럼 혈액을 꾸덕하게 만들고 주변 조직이나 물질들과 자꾸만 반응을 일으킵니다. 저혈당이 순간 누킹이라면 만성적인 고혈당 즉 당뇨는 도트뎀 지속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혈액이 꾸덕해지니까 피의 흐름이 정체되어 혈압이 높아지고 모세혈관의 내벽이 손상을 입기 시작합니다. 또한 면역세포들도 교통 정체에 막혀서 제때 출근을 못 하게 되기 때문에 각종 세균과 감염병에 취약해집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손가락, 발가락에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통증과 저림인데, 심장으로부터 거리가 먼 신체 말단부터 피가 잘 안 통해서 혈관과 신경이 괴사하는 현상입니다. 이게 오래 지속되면 말초 신경이 죽어서 감각이 상실되고 나중에는 아예 썩어서 절단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당뇨 합병증은 사실상 혈관이 있는 모든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장이 큰 타격을 입는데, 우리 몸에 피를 걸러서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게 신장의 역할인 만큼 이 꾸덕한 피를 어떻게든 걸러내려다가 그 필터인 사구체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당뇨의 가장 대표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바로 오줌에서 검출되는 당분입니다. 사실 당분이 검출됐으면 다행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때 조치하지 않고 사구체가 다 망가지면 나중에는 단백질마저 흡수 못 해서 단백뇨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당뇨 합병증 중에 상당히 메이저한 것이 시력의 상실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우리 눈에 혈관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망막 모세혈관의 경우 우리 몸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는 편이라서 끈적끈적한 피에 계속 노출되면 혈관이 막히고 터져 부종이 생기다가 끝내 망막이 박리되면서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 기준 성인 실명 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게 바로 이와 같은 원리로 일어나는 당뇨 망막병증일 정도입니다.
이렇게 모세혈관이 다 망가지는 와중에 우리 몸의 고속도로인 대혈관들도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혈관 속에 남아도는 포도당들은 주변의 단백질이나 지방에 달라붙어서 최종 당화 산물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게 그 유명한 마이아르 반응의 일종으로 다만 우리 몸속에서 천천히 일어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문제는 얘네가 혈관 내에 계속 축적되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막힌 혈관이 어디서 터지냐에 따라 신부전이나 심근경색이 올 수도 있고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졸중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냥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당화 산물이 일으킨 염증 반응이 피부 노화를 촉진하기도 하고 아예 뇌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줘서 알츠하이머성 치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가히 온몸을 망가뜨리는 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방법과 1형 당뇨병의 특수성
당뇨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슐린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되도록 정제 식품은 피하고 가공이 덜 된 천천히 소화되는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게 좋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단순당 같은 것들은 인류가 존재했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진화적으로 췌장이 뻗어버릴 만큼의 급격한 혈당 상승을 상정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현대인에게 당뇨를 일으키는 일련의 유전자들이 원래는 생존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유전자였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글리코겐은 금방금방 꺼내 쓰기에는 좋지만 지방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저장 효율이 별로 안 좋다는 단점이 있는데, 어느 정도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저장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에너지의 장기 저장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우리 인류가 경험해 온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서 굶주림과 영양 부족은 사실상 디폴트 값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기근이 닥쳤을 때는 간이든 뱃살이든 아무튼 지방이 여기저기 짱박혀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생존 확률이 더 높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랍이나 인도 아대륙 같은 지역들은 유럽에 비해 당뇨병 유병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편인데, 척박한 사막이라 식량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기후로 예로부터 기근이 잦았던 게 원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설들로도 설명이 안 되는 진짜 답도 없는 당뇨병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당뇨는 2형 당뇨병이라고 해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결국에는 췌장까지 망가뜨리는 원리이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다 생략하고 그냥 애초에 췌장부터 고장 나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1형 당뇨병으로 전 세계 당뇨 환자들 중 약 5에서 10%에 속하는 희귀 케이스입니다.
1형 당뇨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 동일할 뿐 실제로는 2형 당뇨와 전혀 다른 중난치성 질